‘평택 한국니토옵티칼’직원 A씨 백혈병 산재 인정

조혈기계암 1명 추가, 암 진단자 총 20명 확인

Q뉴스 기자

2025-10-29 10:43:33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직원 A씨 백혈병 산재 인정



[Q뉴스] 최소 4명의 조혈기계암 발생이 확인된 ‘한국니토옵티칼’ 이 최근 백혈병에 걸려 산재 인정을 받은 직원 A씨에 대한 산업재해조사표에 재해발생원인과 재해발생예방계획을 단 한 줄 써서 낸 사실이 드러났다.

사측의 부실한 산재발생 보고를 두고 산재예방 의지가 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 의원이 오늘 평택고용노동지청으로부터 받은 ‘한국니토옵티칼 산업재해조사표’에는 재해발생원인은 “근로복지공단 인정에 따라” , 재해발생예방계획에는 “공정 전반에 대해 점검 중”이라고만 적혀있다.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업주는 재해일로부터 1개월 이내 재해 발생일시·장소와 원인·재발 방지 계획을 담은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해 관할 노동청에 제출해야 한다.

산재조사표 작성은 재해 원인조사를 통해 사고를 이해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산재조사표는 오랜 기간 사업주의 부실 작성으로 논란이 일며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한국니토옵티칼 역시 형식적으로 작성했다.

앞서 니토옵티칼 내 백혈병 발생 사실은 올해 4월 재해 당사자인 A씨가 반올림에 의뢰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올해 1월 4일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최종 진단받았다.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등에 의한 백혈병은 대표적인 직업성 암이다.

A씨는 2002년 2월 14일 한국니토옵티칼에 입사해 약 23년간 근무하며 편광필름의 절단, 용해공정 업무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백혈병 유발물질인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페놀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역시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포름알데히드가 반복 노출됐다’며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전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A씨는 산재신청 3개월 만인 7월 30일 산재를 인정받았다.

반면, 한국니토옵티칼은 보험가입자 의견서에서 재해사실을 부정했는데, 재해자가 포름알데히드 등을 취급하지만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취급하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고 이후, 재해발생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해발생원인을 제3자인 근로복지공단으로 돌리는 등 책임을 전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재 법·제도적 한계도 있다.

산재조사표는 재해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 작성해야 하지만 노사 모두 산재신청 승인·불승인 여부만 담긴 ‘요양·보험급여 결정 통지서’ 만 받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재해 발생 원인 등 자세한 산재 경위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산재 판정서’를 정보공개 청구해야 하는데, 청구일로부터 최대 20일이 소요된다.

사측이 산재판정서를 받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재해원인과 대책을 담을 수 없다며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존재하는 셈이다.

니토옵티칼이 산재조사표를 작성한 지난 8월 21일은 노동청이 평택공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보건진단 실태조사를 노사에 설명한 날이다.

산재조사표 제출기한은 산재승인이 통보된 8월 4일부터 한 달 뒤인 9월 3일까지로 회사가 노동청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재해 원인을 더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있었다.

에도 니토옵티칼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앞서 김주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청이 실시한 니토옵티칼 평택공장 보건관리 실태조사 결과, 재해자가 근무한 용해공정 등에 국소배기장치 미흡 등 10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이에 회사는 지난 9월 10일 보건명령진단을 처분받았다.

또 니토옵티칼의 2000년 이후 병가,인사·노무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전·혁지자 중 20명이 암 진단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기존 3명으로 알려졌던 조혈기계 암 환자가 1명 더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유방암, 침샘암, 직장암 등 그 외 암 진단자도 다수 있었다.

이 가운데 A씨 말고 또 다른 백혈병 피해자가 있음에도 아직 추가적인 산재신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사측의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대책계획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영 의원은 산재조사표에 대해 "니토옵티칼이 재해 원인을 파악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노동부에 예방 계획을 단 한 줄 써서 보고했는데, 이마저도 내용과 무관하고 제3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고용문제를 회피하는 이배원 대표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가 이번 산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고를 이해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일련의 과정인 산재조사표 취지에 따라 사업주가 성실히 작성할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 여부만 전달받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내일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니토옵티칼 백혈병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철저히 따져 묻고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사태 해결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 니토덴코의 100% 자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은 지난 2022년 공장 화재를 이유로 폐업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쌍둥이 자회사로 해고노동자 7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씨는 600일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배원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대표이사는 해고 사태 이후부터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까지 책임없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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